고등학생 때부터 가까이 지냈던 친구 K는 자타공인 페이커의 팬이다. 열일곱 생일을 맞던 그녀는 페이커에게 ‘저 오늘 생일이에요 축하해주세요!’라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가, ‘ㅊㅋ’라는 답변을 받은 성덕이기도 하다.

문득 궁금했다. 왜 (K를 포함한 정말 많은) 사람들은 이상혁이라는 인물에, 페이커라는 캐릭터에 열광하는 걸까? 때마침 콘텐츠 브리프에서 <페이커는 왜 인기가 많을까?>라는 글을 만났다.

(기사에 따르면) 팀 T1의 승리에는 페이커의 묵직한 한방이 늘 함께한다. 그는 팀원들과 차근차근 유리한 고지를 만들어간다. 그러다 격렬히 저항하는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수백, 수천, 수만 명의 관중 그리고 수년을 동고동락한 팀원이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때. 페이커는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의 ‘각’을 잡아채어 팀을 승리로 이끄는 저력을 발휘한다.

(아티클을 읽고서) 다시 K에게 물었다. 네가 페이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뭐니.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하이리스크 플레이를 오더하는데, 메인 오더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자기 확신을 가졌다는 생각이 듦. 그리고 그 전략을 성공시키는 모습에서 역시 근거 있는 확신이구나 싶고.”

“늘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오히려 매력적이다. 무너지고, 일어나고, 되찾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니까. 박수칠 때 떠날 법도 한데 끝까지 도전하는 게 진짜인 것 같고, 차분한 태도로 피나게 노력하는 거 넘 멋짐 ㅎㅎ”

페이커는 무지막지한 압력을 견디며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를 성공시키고, 패배와 승리를 오가며 성장을 보여주는 인물이구나 싶었다(안전한 전략만 고수했다면, T1의 승리뿐 아니라 페이커라는 인물 자체도 조명받지 못했겠지).

드높은 명성에도 늘 겸손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유지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는데, 본인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점에서 참 멋진 인간이라고 느꼈다.

역시 어딘가에 미쳐 있는 사람으로부터 느껴지는 에너지는 다르다. 뛰어난 메타인지로 능력과 역량 개발에 힘쓰고, 실패를 발판 삼아 도전을 멈추지 않는 태도가 인상 깊다. 덕분에 페이커 레전드 경기 요약본 영상도 하나 찾아봤는데, 왜 ‘대상혁’인지 이해 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