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사는 다채롭고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
   
   
2. 첫 번째, 스며드는 힘. 명확히 지시하거나 한정 짓기보다 문장 전체에 그 힘을 퍼뜨린다. 
   
   
3. ‘비로소’는 이전의 모든 문장을 끌어안으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바야흐로’는 긴 과거를 품고 있다가 내일의 문을 열며 나아간다.
   
   
4. 두 번째, 덧붙이는 힘. 부사는 상태나 상황, 감정의 폭을 확장시키고 의미의 깊이와 너비를 증폭시킨다. 
   
   
5. ‘기쁘다’라는 서술어와 ‘그나마 기쁘다’, ‘새삼 기쁘다’, ‘마냥 기쁘다’가 서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6. 세 번째, 응어리진 힘. 부사는 기나긴 상황이 응축된 말이다. 그래서 존재만으로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7. ‘아스라이’를 떠올리면 별을 올려다보는 작은 꽃 한 송이가, ‘불현듯’이라 하면 칠흑 속 불을 켠 듯 환해지는 영상이 펼쳐진다.
   
   
8. 네 번째, 아름다운 힘. 부사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잔뜩 배고 있다. 아껴 발음하면 처음 듣는 단어처럼 낯설고 신비롭다. 
   
   
9. ‘오롯이’, ‘사뭇’, ‘고즈넉이’ 같은 단어를 되뇌면 어느덧 마음에 은하수가 흐른다.

1. 스티브 잡스는 제가 만났던 CEO들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는 (애플 직원들에게) 스승과 다름 없었죠.
   
   
2. (스티브 잡스는) 오롯이 제품의 가치에 집중했고, 단순함이 복잡함보다 어렵다는 걸 알려줬습니다. 그와 함께할 수 있는 건 커다란 행운이었어요.
   
   
   
3. 제가 합류하기 직전, 애플은 파산 직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회사를 택하지 말라고도 했죠. 하지만 저는 스티브의 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4. 그에게는 아주 작은 팀이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비전을 사랑했고요. 
   
   
5. 또한 스티브 잡스는 다른 의견을 가진 팀원과의 논쟁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나, 언제든,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고, 그 또한 수많은 이의 생각을 바꾸었어요. 
   
   
6. 그는 과거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는 것, 의견을 고수함에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 스승이었습니다.

[도서] 장은교 <인터뷰 하는 법>

1. 오늘(10/19)은 독립출판물 발행인들의 축제, 퍼블리셔스테이블에 다녀왔다. 다채롭고 개성 가득한 출판물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내 눈길을 잡아 끈 건 이응출판사의 테이블이었다.
   
   
2. 속초의 문우당서림에서 만나 즐거이 읽었던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이 놓여 있었기 때문. 반가운 마음에 테이블로 달려가 인사를 드렸다. 
   
   
3. 작가님이 의성어 의태어를 정말이지 맛깔나게 풀어쓰셔서 너무 재밌게 읽었다고. 알고보니 테이블에 계신 분이 출판사 대표님이자 작가님이셨다. 럭키!
   
   
4. 살짝 흥분한 나에게 작가님은 신간 <맛난 부사>를 소개해주셨다. 내가 태어난 해부터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셨던 작가님. 처음 글쓰기를 배울 때 “부사부터 지워라!”라는 미션(?)을 받았는데, 부사가 너무나도 재밌고 맛있는 나머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으로 긴 시간 갖고 있던 응어리 같은 것들을 마음껏 풀었다고. 
   
   
5. 이 책은 부사를 신맛, 단맛, 짠맛, 쓴맛, 물맛 5가지의 맛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아스라이, 비로소, 애달피, 아스라이 등… 그간 ‘생략’을 이유로 잊고 지냈던 부사의 맛을 느껴보고자 한 권을 데려왔다. 
   
   
6. 비슷한 종류의 책을 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는 한글이라는 언어가 참 좋다. 자음과 모음을 어떻게 반죽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7. 이를테면 사랑, 사람, 삶, 살림과 같은 단어는 비슷한 듯 다르다(내가 제일 아끼는 세트이기도 하다). 발화할 때에도, 종이 위에 적을 때에도 그 단어만의 고유함이 오롯이 살아 있는 느낌이랄까.
   
   
8.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맛깔난 글을 쓰고 싶다. 특히 한글로 쓰는 글이라면.
   
   
9. 좋아하는 표현을 수집하고, 왜 그 표현이 좋았는지 고민해보고, 내 언어로 다시 풀어보는 것. 이 과정을 바지런히 해봐야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