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 어제 뜬 슈퍼문 보셨나요?

2024. 10. 17.

🌝 님, 어제 뜬 슈퍼문 보셨나요?

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10월의 절반이 훌쩍 지나갔네요.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나가는 길마다 '당장 퇴근하고 싶다'는 욕구를 꾹꾹 눌러담는 요즘입니다. 봄에 피는 벚꽃도, 가을의 선선함과 쓸쓸함도 유한한 것이라 생각하면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어제 밤에는 2024년의 가장 커다란 보름달, 슈퍼문이 떴습니다. 달과 지구, 태양이 정확히 일직선을 이루는 순간을 눈으로 담았어요. 매일 뜨고 지는 달을 차분히 바라본 게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작고 소중한 행복의 순간들을 잘 붙들어 삶을 꾸려가기로, 다시 한번 다짐한 날이었어요. 이번 레터에는 님의 일상에 용기와 따뜻함을 불어넣을 콘텐츠를 삶아 왔습니다. 부디 뜨끈하게 즐겨주시길! 🍵

🍽 이번 주, 흥미롭게 섭취한 텍스트

1. 열정보다 진정성

2.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입니다

3. 책 5만 권 이상을 개인 소장한 거장의 독서법

4. 예술의 본질은 곧 삶의 본질

5. 유한함을 인식하는 마음

💥 열정보다 진정성

저(=안성재 셰프)는 (요리를 처음 배울 때) 뭐든지 제일 잘하는 사람이 가르쳐준 걸 정확히 따라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똑같이 따라 하게 됐을 땐, 그보다 더 잘할 방법을 고민했고요.
설거지가 제 일이면 설거지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뭐든 제가 제일 잘 만들었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데 어떻게 배우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알려주는 것만 배우는 걸로는 부족해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의 노하우나 디테일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본인이 직접 살펴보고, 느끼고,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완성도를 판가름해요.
대부분은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지만, 내 것으로 만드려는 태도가 중요해요. 저는 배우기만 한 사람들이 잘 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요.
(이 태도가 곧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없고, 마음이 앞설 때 쉽게 쓰는 말이 열정이겠고요. 저는 경력과 기술이 화려한 사람보다 진정성 있게 요리하는 사람이 좋은 요리사라고 믿습니다.
제가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디시에서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고기, 소스뿐 아니라 대충 해서 넣을 수 있는 채소의 간과 익힘까지 하나하나 다 맛보고 최선을 다할 때, 요리에 진정성이 생기죠.

ㅤ
- [원문] 롱블랙 <셰프 안성재 :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할 때, 가장 높이 오를 수 있었다> -

원문 읽기

🧶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입니다

저에게 소설을 쓰는 일이란, 생각하고, 서성이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길을 잃고, 우회하는 일입니다. 질문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써요.
어느 시기에든 골몰하는 질문이 있고, 그 질문을 진척시켜보는 방식으로 소설을 씁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끝에 다다랐다고 느낄 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갑니다.
저는 언제나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산다는 건 무엇인지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이런 고민을 매번 다른 방식의 소설로 다루고 싶어했고요.
소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우리를 연결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는데요. 이 과정에서 독자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죠.
여러 자아에 틈이 벌어지고 충돌하면서, 본인을 투명하게 직시하는, (타인 그리고 세상과 새로이 연결되는) 경험을 하는 거예요.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문학이 가진 본래의 힘은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문] [한강 단독 인터뷰] “고단한 날, 한 문단이라도 읽고 잠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원문 읽기

📚 책 5만 권 이상을 개인 소장한 거장의 독서법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 것. 책 속의 정보를 홀로 탐색한다면 몇 십 배, 몇 백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 책이 많이 비싸졌다고 하지만 책 값은 싼 편이다.
책 선택 실패를 두려워 말 것. 선택에 실패하는 것도 선택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업료다.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 읽지 말 것. 수준이 너무 낮거나 높은 책을 읽는 건 시간 낭비다.
책 읽는 도중 (긴 시간을 들여) 메모하지 말 것. 꼭 메모를 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위해 다시 한 번 읽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주석에는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니, 반드시 확인할 것.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할 것.
왠지 의심이 들면 원문 혹은 사실을 확인할 대까지 의심을 풀지 말 것.
젊은 시절, 다른 건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확보할 것. 대학에서 얻은 지식보다 사회인이 되어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니.

[원문]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책 정보 살펴보기

🤔 예술의 본질은 곧 삶의 본질

주변에 책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내가 지금껏 50권 가량 선물한 책이 있다. 바로 강석경의 <일하는 예술가들>이다.
이 책과 나의 만남은 몹시 ‘본질적’이었다. 그 무렵 나는 광고에 입문한 뒤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광고를 ‘나의 일’로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일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이 일로 어떤 보람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바로 그 때 강석경의 <일하는 예술가들>을 만났다.
예술가 14인과의 인터뷰를 엮은 이 책은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이 물음은 삶과도 연결된다. ‘산다는 것’과 ‘예술 한다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었던 거다.
이제 막 카피라이터가 된 후배들에게 읽게 한 책이기도 하다. 겉은 재미있어 보여도 즐거움보다 고통이 훨씬 큰 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예술가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런 자세를 가져야만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원문] [내 맘속의 별] 카피라이터 최인아의 어깨 펴준 소설가 강석경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님이 14년 전에 쓰신 글입니다.

원문 읽기

🔎 유한함을 인식하는 마음

김연수 작가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읽고, 마음에 깊이 남은 문장을 공유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비슷했다. 사랑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인 셈입니다. 창조는 오직 이유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소설가의 재능이란 꿈꾸는 것이 전부다. 꿈꾸는 능력은 꿈을 현실로 만든다. 하지만 꿈같은 현실이 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이 선물에 나는 지금까지도 만족하고 있다.
이 삶은, 오직 꿈의 눈으로 바라볼 때, 다른 불순물 없이 오롯하게 우리의 삶이 된다.
"우리의 위치가 모든 걸 결정해. 우리가 감각하는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크거나 절대적으로 작은 건 없어. 그러니 어떤 대상의 크기는 우리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우리 위치에 따라 얼마든지 작게 만들 수 있어. 그러다가 아주 멀어지면 어떻게 되지?

"소실점으로 사라집니다."

"지금도 수많은 것들이 그 소실점으로 사라지고 있어. 그럼 그 사라지는 것들 앞에서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뭘까?"

[원문] 김연수, <너무나 많은 여름이>

책 정보 살펴보기

독자 의견함을 두드린 목소리 🗣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그리고 텍스트힙. 그녀의 ‘멋진’ 소식이 독서의 열풍을 불어일으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절묘하게 맞물린 시점이 아닐까 싶어요. 건강하게 독서를 하는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히기를 ☻ + 결국에는 배움도, 독서도, 질문의 질도, 신자유주의도 ‘생각하는 힘이란 무엇인가’로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요. 첫 레터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배움이란,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에요. "깊이 생각하기"를 위해선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